본문 바로가기
  • 春稚 第二의 旅程
쉬어가기/좋은글

한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by 춘치 2023. 12. 23.
♬ 황포돗대 / 김정은

한해가 저무는 길목에서


내일이라고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세시(歲時)의 매듭이 분명한
해 바뀜의 습속이 새삼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늘 아쉬움과 후회로 한 해를 마감하면서도,
우리는 새 아침의 날에는 새로운 희망과 각오로
마음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성을 추구하면서 살아온 이래로
해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다짐도 하고
기도도 하면서 꿈과 소망을 펼치길
되풀이 해 왔다.

개인 뿐 아니라 뭉쳐서 함께 사는 조직이면,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목표
설계에 게을리하지 않았다.



하루의 계(計)는 새벽에 세우고, 한 해의 계는
원단에 세우는 세시풍속이야말로 동서고금이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크리스마스 캐럴이 귓전을 울리고
새로운 희망을 기원하는 연하장이 책상위에
쌓이게 되면 원단에 세웠던 계획이나 다짐과는
무관하게 덧없이 흘러보낸 시간에 놀라면서,
빛바랜 달력을 더듬어 본다.



미처 펼치지도 못한 꿈과 소망을 확인하고
흘러간 시간은 무를 수 없음에 안타까워 한다.

새해 벽두에 꾸었던 꿈들,
작게는 자신과 가족을 위한 개인적 소망과,
크게는 국가와 세계의 화해와 평화를
기원했던 집단적 소망들을 12월의 끝자락에 와서
하나 둘 되짚어 보지만,

이러한 기대들은 불행하게도 이루어지지 못한
것들이 더 많았으므로 아쉬운 마음 그지없다.



이제 며칠이 지나면 개인은 개인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세계는 세계대로 또 하나의
나이테를 더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세월의 두께가
좀 더 나은 꿈을 저절로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지난 한 해의 시간들이 우리를 좌절케
했다하더라도 새해를 눈앞에 둔 지금,
우리는 소망과 이상을 다시 세워야 한다.



소망 없는 삶, 꿈 없는 삶은
죽은 삶에 지나지 않는다.

갑진년 새해에도 핵문제와 분쟁, 공업화에
의한 생활 환경의 오염 및 파괴 행위 등등
각종 부정적 사건들이 여전히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념, 계층, 세대간 갈등도 우리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파괴와 갈등과
불안 속에서도 희망의 태양이 떠오르듯,
우리의 소망과 기대도 다시 굳건히
다져 나가야 한다.


-- 모셔온 글 --

'쉬어가기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년의 뿌리  (0) 2024.01.07
일모도원(日暮途遠)  (1) 2023.12.30
시간의 세 가지 걸음  (1) 2023.12.13
산은 산 대로, 물은 물 대로  (0) 2023.11.30
가을이 가는 소리  (0) 202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