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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春稚 第二의 旅程
쉬어가기/자유게시

조기(굴비)의 모든 것~

by 춘치 2013. 12. 5.

 

[조기] 氣 올리는데 최고, 소화 잘되는 보양식품

 

 

기(氣)는 곧 기운이다. 주자학의 ‘이기설’에서 기는 만물의 요소다. 동양의학에선 기(氣)가 약한 사람보다는 왕성한 사람이 더 건강하고 장수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명칭부터 사람의 기를 돋운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먹을거리가 있다. 서해안을 대표하는 생선이자 우리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생선 가운데 하나인 조기(助氣)다.
약속 잘 지키는 국민 생선 

조기가 요즘 제철을 맞았다. 봄비(雨)가 내려 백곡(百穀)이 윤택해진다는 절기인 곡우(穀雨? 4월 20일) 무렵엔 전남 영광 앞바다(칠산)에 알을 밴 조기떼가 몰려온다. 해마다 곡우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조상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조구(조기)만도 못한 놈’이라고 꾸짖은 것은 이래서다.
 

 

‘곡우가 넘어야 조기가 운다’는 속담이 있다. 조기는 곡우가 지나서 잡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조기가 알을 낳을 때 소리 내어 우는 습성이 있는데 이때가 곡우를 전후한 시기다. 전남 흑산도 근해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가 곡우를 즈음해 북상해 충남 격렬비열도까지 올라온다. 황해에서 조기가 많이 잡힌다. 이 시기의 조기를 곡우살조기 또는 오사리 조기라고 한다. 아직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기막히다.
 
전남 영광에서 곡우사리때에 잡히는 조기에 알이 많이 들어차 있고 맛이 뛰어나다. 곡우사리 조기는 굴비를 만드는 데도 적격이다.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이 굴비다. 한자로 굴비(屈非)는 굽히거나 비굴하지 않게 산다는 의미다. 고려 인종 때의 세도가 이자겸이 붙인 이름이다. 그는 왕에게 독이 든 떡을 바쳤다는 혐의로 정주(지금의 영광)에 유배된다. 그곳에서 영광굴비를 처음 맛본 이자겸은 굴비에다 자신의 심정을 담아 ‘정주 굴비’라고 쓴 뒤 사위인왕에게 올렸다. 명절 선물로 굴비를 주고받는 것은 ‘불의, 부정, 비리에 굴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있다.

과거엔 굴비알을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친정 어머니들이

시집간 딸에게 은밀하게 굴비알을 보낸 것은 이래서다. 진짜 영광굴비(오사리 굴비)는 ‘오사리 조기’를 갯바람에 말린 뒤 영광 법성포 들판에서 통보리 속에 묻어 보관한 것이다. 보통 굴비는 20마리가 한 두름인데 오사리 굴비는 10마리가 한두름이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 오사리 굴비는 임금님 주안상의 단골 메뉴였다. 맛의 비결은 알이 차고 살이 오른 시기와 법성포의 특수한 기상조건의 합작품이라는 분석도 있다. 법성포 갯바람의 습도가 낮엔 45% 밑이지만 밤엔 96% 이상이어서 조기가 급속히 마르거나 썩는 것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곡우 지난 시기에 잡히는 놈이 제일 맛있어

조기는 몸길이가 30㎝가량이며 몸색깔은 회색을 띤 황금색이고 입술은 불그스름하다. 지역에 따라 조구 또는 조긔라고도 불린다. 한자 이름은 석수어(石首魚)다. 머리에 돌같이 단단한 2개의 뼈가 있어서다. 분류학상민어과 생선이다. 참조기, 후조기, 보굴치 등이 있는데 조기라고 하면 대개 참조기를 뜻한다. 부세, 흑조기, 백조기, 황강달이, 민어도 민어과에 속하나 이중 조기가 가장 비싸다. 그래서 부세를 조기로 속여 파는 경우도 있다. 조기는 배위쪽 2 줄의 흰색옆선이 두껍고선명한 반면 부세는 옆선이 약하고 희미하다. 중국인들은 참조기보다 부세를 선호한다. 크기가 더 큰 데다 살의 탄력성이 뛰어나서다.  

조기는 제주도 남서쪽인 동지나해에서 겨울을 지내고 3월 말 4월 중순에 영광 칠산 바다에 도착한다. 4월 하순엔 서산 앞의 목덕도, 5~6월엔 연평도 근해까지 북상해 산란을 마친다. 연평도 조기 어장은 보통 6월 10일까지 성시를 이룬다. 조기잡이는 전남의 칠산어장과 경기의 연평어장을 최고로 친다. 북쪽으로 대화도어장도 있지만 알이 꽉찬 조기는 양대 어장에 주로 모인다.

조기는 흰 살 생선이다. 그런 만큼 고단백질(생것 100g당 18.3g), 저지방(1.7g) 식품이다. 맛이 너무 강하지 않고 담백한 것은 이래서다.

다이어트에도 유용하다. 100g당 열량이 93㎉로 붉은 살 생선보다 훨씬 낮다.

굴비는 말린 생선이니만큼 생것에 비해 단백질(100g당 44.4g), 지방(15.2g),

열량(332㎉)이 더 많다. 또 소금에 절인 상태여서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이 꽤 들어 있다(100g당 412㎎). 칼슘과 철분이 풍부한 생선이어서 노인의 골절, 골다공증 예방과 빈혈 예방에 좋다.

기온이 올라가 입맛을 잃을 사람에게도 효과적이다. 꾸득꾸득 말린 굴비를 고추장에 박아 뒀다가 결대로 길게 찢어 먹는 고추장 굴비(굴비자반)는 훌륭한‘식욕 촉진제’다. 조기는 한국에선 가장 인기 있는 생선이지만 서양인들은 별로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조기의 건강상 효능과 관련된 연구가 부족하다. 조기의 웰빙효과가 언급된 것은 주로 한방의서(醫書)들이다.

한방에선 소화가 잘되는 보양식품으로 친다. 평소 소화력이 약하거나 입이 ‘짧은’ 노인과 어린이에게 추천된다. 조선 고종 때 황필수가 한약의 처방을 설명한 ‘방약합편(方藥合編)’엔 “조기는 맛이 달고 성(性)이 평하다. 위(胃) 건강에 이롭고 폭리(暴痢, 이질 등)를 다스리며 식체(食滯), 기체(氣滯?기가 막힘)를 사라지게 한다”고 기술돼 있다.

또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고 배가 불러오르면서 갑자기 이질이 생긴 데 주로 쓴다. 순채(蓴菜 수련과 식물, 순나물)와 같이 국을 끓여서 먹으면 음식맛이 좋아지고 소화가 잘되며 기(氣)를 보(補)한다”고 썼다.

조기는 눌렀을 때 살에 탄력이 있고 몸 색깔은 거무스레하되 배 부위는 황금색을 띠는 것이 상품이다. 간혹 싱싱하게 보이도록 배 부위를 치자 색소로 노랗게 칠한 것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눈이 선명한지, 살이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는지, 아가미의 색이 선홍색인지도 확인한다. 국내산 참조기는 꼬리의 길이가 짧고 두툼하며 부채꼴 모양인 것이 특징이다.

             글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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