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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春稚 第二의 旅程
쉬어가기/좋은글

오십보백보

by 춘치 2020. 6. 22.

오십보백보 (五十步百步)



≪ 오십 보 도망친 사람이 백 보 도망친 사람을 비웃는다는 뜻으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본질적으론 마찬가지라는 말 ≫


전국 시대인 기원전 4세기 중엽, 위(魏) 나라 혜왕(惠王)은 진(秦) 나라의 압박에 견디다 못해 도읍을 대량(大梁)으로 옮겼다(이후 양나라라고도 불렸음)
그러나 제(齊) 나라와의 싸움에서도 늘 패하는 바람에 국력은 더욱 떨어졌다.

그래서 혜왕은 국력 회복을 자문하기 위해 당시 제후들에게 왕도 정치론을 유세 중인 맹자를 초청했다.




“선생이 천리 길도 멀다 않고 이렇게 와 준 것은 과인에게 부국강병(富國强兵)의 비책(秘策)을 가르쳐 주기 위함이 아니겠소?”

“전하, 저는 귀국의 부국강병과 상관없이 인의(仁義)에 대해 아뢰고자 왔나이다.”




“백성을 생각하라는 선생의 인의의 정치라면 과인은 평소부터 힘써 베풀어 왔소.

예컨대 하내(河內) 지방에 흉년이 들면 젊은이들을 하동(河東) 지방으로 옮기고, 늙은이와 아이들에게는 하동에서 곡식을 가져다가 나누어주도록 하고 있소.

그와 반대로 하동에 기근이 들면 하내의 곡식으로 구호하도록 힘쓰고 있지만, 백성들은 과인을 사모하여 모여드는 것 같지 않고, 또 이웃 나라의 백성 수가 줄어들었다는 말도 못 들었소. 대체 어찌 된 일이오?”




“전하께서는 전쟁을 좋아하시니, 전쟁에 비유해서 아뢰겠나이다.

전쟁터에서 백병전(白兵戰)이 벌어지기 직전, 겁이 난 두 병사가 무기를 버리고 도망쳤사옵니다.

그런데 오십 보를 도망친 병사가 백 보를 도망친 병사를 보고 ‘비겁한 놈’이라며 비웃었다면 전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겠나이까?”




“그런 바보 같은 놈이 어디 있소?
오십 보든 백 보든 도망치기는 마찬가지가 아니오?”




“그 이치를 아신다면,
백성들의 반응에 대해서 조금도 섭섭하게 생각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전하께서 펴고 계신 정치는 다른 나라의 경우와 ‘오십보백보’의 차이일 뿐이므로 백성들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겁니다.

진정으로 백성들이 전하를 존경하여 따르고 이웃 나라 백성들도 전하의 백성이 되고자 모여들도록 만들고자 하신다면 다른 정치를 펴셔야 합니다.”




“어떤 정치를 말씀이오?”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옷과 먹을 것을 풍족히 주고, 가혹한 노역을 없애고, 늙은이와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는 인의의 정치를 펴시는 겁니다.

그렇게만 하시면 백성들은 하나같이 전하를 칭송하며 진정으로 따르고, 이웃 나라 백성들도 모여들 것이며, 국력 또한 자연히 부강해질 것입니다.”


혜왕은 대답을 못 했다.
이웃 나라와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백성을 구호한 것을 진정으로 백성을 생각해서 구호한 양 자랑한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출전]《孟子》〈梁惠王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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