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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春稚 第二의 旅程
쉬어가기/좋은글

상선약수

by 춘치 2020. 6. 13.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고
노자(老子)가 말했다(도덕경)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가장 강하고 견고한 것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하면서 물을 그 예로 들었다.

작은 개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강은 모여 바다를 이루어 지금까지 줄 곳 그렇게 흘러왔다.

물의 부드러움 속에는
강함이 숨겨져 있다.



물은 겹겹이 둘러싸인 산과 수없이 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도 흘러 바다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게다가 산을 푸르게 하고, 꽃과 씨앗이 자랄 수 있게 도와주며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배가 떠 다닐 수 있게 한다.


'물처럼 산다는 것' 어쩌면 세상의
변화와 한 호흡으로 사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방법인 듯하다.

그러나 물처럼 산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공(功)을 세워 자랑하려고, 남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버린 세상 아닌가.


엊그제는 보문산 산행 날 이었다.
한밭도서관 뒤에서부터 시루봉을 거쳐 산성옆 잔디밭에서 식사하고 되돌아오는 길은 고촉사(高燭寺) 쪽으로 내려오다가 "약수(若水 ; 물과 같음)"아닌 "약수(藥水 ; 약이 되는 물)" 한 모금 먹으려다 혼쭐이 났다.


물 먹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손을 씻은 게 화근(禍根) 이었다.
「물 나오는 곳」과 「흘려 내리는 곳」이 구별되어 있기에 무심코 흐르는 물에 손을 씻었건만 (복장으로 보아 스님은 아닌 듯 하고 '처사' 이신지 '보살님'이신지(?) 버럭 화를 내신다.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뒷통수만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으로 내려 올 수밖에...


내려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물' 이란, 특히 사찰 경내의 물은
'숭고하고도 인자함'
그 자체이기에 신성시(神聖視)
할 수 밖에 없는 모양 (아뿔사!).




기다렸던 일행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사월 초파일 생일인 사람이
교회 다녀서 그런겨."
"스님도 교인은 다 알아봐."
"시주(施主) 안 해서 그런거 아녀?"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선 이미
다 보고 계신듯 말씀하신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 이니라.


물은 맑고 깨끗하며 욕심이 없고,
물은 고요하고 조화로우며
자연스럽게 선함을 따르게 되는 거란다. 그러기에 물은 아래에 거처하되 다투지 않는 여러 골짜기의 왕이니라."


"알겠느냐?"


"........."


- 홍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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