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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春稚 第二의 旅程
쉬어가기/자유게시

명리학의 팔자

by 춘치 2013. 5. 5.

팔자, 그 원초적 평등성

 

 

팔자(八字)라는 낱말의 뉘앙스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사실 대부분의 팔자는 ‘사납다’.

사주(四柱)를 뽑아 보면 오행을 두루 갖춘 예는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사방이 꽉 막혀 순환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다.

그뿐인가.

도처에 그 무섭다는 ‘살(煞)’이 득시글거린다.

도화살, 역마살, 명예살 등. 그런데도,

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팔자는 평등하다.

이것이야말로 우주적 농담이자 역설이다.

세상의 모든 팔자는 험궂은데,

바로 그렇기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이 기막힌 진리!


★첫 번째 근거.

누구든 여덟 개의 글자뿐이라는 사실.

재벌 2세든 톱스타든 청년백수든 여덟 개 이상의 글자를 가질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는 엄청난 차별이 있는 듯 보이지만

운명의 차원에선 누구도 ‘팔자’ 이상을 누릴 수 없다.

만약 엄청난 부와 대단한 능력을 타고났다면,

그는 그 대신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만 한다.

장궈룽(張國榮),

스티브 잡스,

마이클 잭슨의 인생을 보라.

 

★두 번째 근거.

모두가 태과(太過), 불급(不及)의 처지로 세상에 온다는 것.

한마디로 다 일그러져 있다.

그래서 괴롭고 아프다.

하지만 그 괴로움과 아픔이 곧 삶의 동력이기도 하다.

원수로 여겼는데 은인이 되고,

은인이라 여겼는데 원수가 되는 ‘아이러니’가 가능함도 이 때문이다.

이것들 사이엔 어떤 위계도 없다.

이것을 얻으면 저것을 잃고,

저것이 오면 이것이 갈 뿐이다.

따라서 중요한 건

주어진 팔자 안에서 자신의 운명을 최대한 조율하는 일이다.

뭔가가 심각하게 결핍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장애인 시설 승가원의 ‘두발 꼬마’가 그런 경우다.

이 꼬마는 팔이 없이 두 발로만 살아간다.

두 발로 밥도 먹고 춤도 추고 못 하는 게 없다.

꼬마는 말한다.

팔이 없어도 괜찮다고,

두 발로도 충분하다고.


★그런 점에서 팔자는 용법(用法)이다.

 

여덟 개의 글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유전생물학의 이치 또한 다르지 않다.

“이제 과학자들은 유전자를 개별 명령의 집합이 아니라

변화에 반응할 수 있는 총체적인 조절 구조를 갖춘

복잡한 정보망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샤론 모알렘 ‘아파야 산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유전자 자체도 고정된 게 아니다.

특정화합물이 특정 유전자에 달라붙어

그 유전자가 표현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것.

즉 유전자를 바꿀 수는 없지만 발현에는 개입할 수 있는 것이다.


★ 사주명리학의 원리 역시 그렇다.

여덟 개의 글자가 지닌 본래의 속성이 아니라,

그것들이 결합하고 배열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운명이 펼쳐진다.

문제는

이런 원리가 사회의 조건과 통념에 의해 가려진다는 데 있다.

부귀는 당연히 누리고

빈천은 무조건 피하고 싶은 욕망이 가장 큰 장벽이다.

원초적 불균형에다 이런 식의 탐욕이 중첩되면서

차별이 이중삼중으로 증폭되는 것이다.

그런 망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팔자를 원망하거나 한탄할 수밖에 없다.

이 대책 없는 팔자타령의 고리를 끊고

어떻게 자기 운명의 능동적 용법을 터득할 것인가?

이는 모든 사람이 풀어야 할 숙제이자 소명이다.

고로 모든 팔자는 평등하다.

 

 

- 한번 지나가면 다시 살아 볼 수없는 시간

알차고 유용하고 즐겁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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