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春稚 第二의 旅程
쉬어가기/좋은글

봄비에게 길을 묻다

by 춘치 2023. 3. 28.
♬ 봄비 / 이은하


봄비에게 길을 묻다


권 대 웅


봄비 속을 걷다
어스름 저녁 골목길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담장 너머
휘파람 소리처럼 휙휙 손을 뻗어
봄비를 빨아들이는 나뭇가지들

묵은 살결 벗겨내며 저녁의 몸바꿈으로 분주한데
봄비에 아롱아롱 추억의 잔뿌리 꿈틀거리는
내 몸의 깊은 골목은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저녁 여섯 시에 퍼지는 종소리는
과거 현재 미래 한데 섞이고
비의 기억 속에서 양파냄새가 나
빗줄기에 부푼 불빛들

창문에 어른거리는 얼굴들 얼룩져
봄비에 용서해야 할 것이 어디 미움뿐이랴
잊어야 할 것이 사람뿐이랴
생각하며 망연자실 길을 잃다

어스름 저녁
하늘의 무수한 기억 기억 속으로 떨어지는
종아리 같은 저 빗물들
봄비에 솟아나는 생살들은 아프건만

'쉬어가기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멋진 사람은 늙지 않는다  (0) 2023.04.02
하늘이 주신 선물  (0) 2023.04.01
물이 깊어야 큰배가 뜬다  (0) 2023.03.26
내 멋진 친구들에게  (0) 2023.03.24
인생 두번은 살지못한다  (1) 2023.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