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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春稚 第二의 旅程
쉬어가기/좋은글

당신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소!

by 춘치 2023. 2. 14.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 임영웅

당신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소!


이글은 십여년전 부인과 사별하고 서울에 살고있는 연세대 수학박사로 안동교육대학 단국대 교수를 역임한 분의 글입니다

친구한사람 잃고나니 남아있는 당신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소!

어제는 지나갔으니 그만이고
내일은 올지 안 올지 모를는 일
부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아끼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는 하지말아요

오늘도 금방 지나간다오
돈도 마찮가지요
은행에 저금한 돈
심지어는 내지갑에 든 돈도
쓰지 않으면 내돈이 아니란 말이오
그저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는다오

뭘 걱정해?
지갑이란 비워야한다오
비워야 또 돈이 들어오지요
차있는 그릇에 무얼 더 담을 수 있겠소?
그릇이란 비워있을 때
쓸모가 있는 것과 마찮가지라오!



뭘 또 참아야 하리까
이젠 아낄 시간이 없다오
먹고 싶은 거 있거들랑
가격표 보지말고 걸들린듯이 사먹고
가고싶은데 있거들랑
원근 따지지말고 바람난 것처럼 가고
사고싶은 거 있거들랑
명품하품 가릴 것 없이 사시오

앞으론 다시 그렇게 못한다오
다시 할 시간이 없단 말이오
그리고 만나고 싶은사람 있거들랑
당장 전화로 불러내 국수라도 걸치면서
하고 싶던 이야기 마음껏 하시오
그사람 살아서 다시는 못만날 지 모른다오!



한 때는 밉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던 당신의 배우자 친구
그 사람 분명 언젠가 당신곁을 떠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 이세상에 한 사람도 없답니다

떠나고 나면 아차하고 후회하는
한가지 사랑한다는 말
그말 한 마디 못한 거
가슴 저려내는 아픔
당하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를거요

엎질러진 물 어이 다시 담겠소?
지금 당장 양말 한켤레라도 사서
손에 쥐어주고 고맙다 말하시오

그 쉬운 것도 다시는 곧 못하게 된다니까



그리고 모든 것을 수용하시오
어떤 불평도 짜증도 다받아들이시오
우주 만물이란 서로 다 다른 것
그 사람인들 어찌 나하고 같으리까?

처음부터 달랐지만
그걸 알고도 그렁저렁 지금까지
같이 산 거 아니겠소?
그동안 그만큼이나 같아졌음 됐지
뭘 또 더 이상 같아지란 말이오?
이제 그대로 멋대로 두시오!



나는 내 그림자를 잃던 날
내일부턴 지구도 돌지 않고
태양도 뜨지 않을 줄 알았다오!

그러기를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나는 매주 산소에 가서
그가 가장 좋아하던 커피잔에 커피를 타놓고
차디찬 돌에 입맞추고 돌아온다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겨우 이짓밖에 없다오
어리석다고 부질없다고 미친 짓이라고
욕해도 나는 어쩔 수 없다오

제발 나같이 되지 마시오!
이것이 곧 당신들의 모습이니
살아있을 때라는
공자도 못한 천하의 명언을
부디 실천하기 바라오



지금 당장 넌지시 손이라도 잡고
빰을 부비면서 귀속말로 고맙다고 하시오
안하던 짓 한다고 뿌리치거들랑
허허하고 너털웃음으로 크게 웃어주시오!

이것이 당신들께 하고픈
나의 소박하고 간곡한 권고이니
절대로 흘려듣지 말고 언제 끝나버릴지 모르는
그러나 분명 끝나버릴 남은 세월
부디 즐겁게 사시구려!


--어느 노(老)교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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