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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노을 토하는 언덕
키다리 미루나무에는 문명 너머의 야생이 세 들어 산다 달밤을 벗 삼아 폼 잡고 으스대며 살아온 불나방은 생애 처음 커다란 누에고치 집을 지으면서 밀레니엄 코쿠닝(cocooning) 족으로 살아남는 법을 익힌다 호롱불 켜놓고 폼 잡으면 독서 삼매경이지 책 읽다 말고 외톨이 면할까 그렇게도 야무진 스마트폰과 씨름을 한다 ![]() 새벽이슬이 내리기 전
납작 엎드린 노루잠 속에 또다시 무지개가 떠오르는 꿈을 꾸며 거리 두기를 하다 보면 나뭇가지 사이에 거미 한 마리 씨줄로 별빛을 날줄로는 달빛을 엮어서 줄레줄레 거미줄 친다 힘겨운 피난살이도 좋다 생활방식이 바뀌어도 좋아 코로나19가 비켜가는 호숫가 허름한 오두막집 비상사태 속의 스위트 마이홈 이러니 [출처] 공무원 연금 지(2022. 12월 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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