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 고
노자(老子)가 말했다(도덕경)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약한 것이 가장 강하고 견고한 것을 이길 수 있다고 말하면서 물을 그 예로 들었다.
작은 개울이 모여 강을 이루고 강은 모여 바다를 이루어 지금까지 줄 곳 그렇게 흘러왔다.
◎ 물의 부드러움 속에는
강함이 숨겨져 있다.
물은 겹겹이 둘러싸인 산과 수없이 많은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데도 흘러 바다로 돌아가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게다가 산을 푸르게 하고, 꽃과 씨앗이 자랄 수 있게 도와주며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배가 떠 다닐 수 있게 한다.
'물처럼 산다는 것' 어쩌면 세상의
변화와 한 호흡으로 사는
자연스러운 인생의 방법인 듯하다.
그러나 물처럼 산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공(功)을 세워 자랑하려고, 남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버린 세상 아닌가.
엊그제는 보문산 산행 날 이었다.
한밭도서관 뒤에서부터 시루봉을 거쳐 산성옆 잔디밭에서 식사하고 되돌아오는 길은 고촉사(高燭寺) 쪽으로 내려오다가 "약수(若水 ; 물과 같음)"아닌 "약수(藥水 ; 약이 되는 물)" 한 모금 먹으려다 혼쭐이 났다.
물 먹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손을 씻은 게 화근(禍根) 이었다.
「물 나오는 곳」과 「흘려 내리는 곳」이 구별되어 있기에 무심코 흐르는 물에 손을 씻었건만 (복장으로 보아 스님은 아닌 듯 하고 '처사' 이신지 '보살님'이신지(?) 버럭 화를 내신다.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뒷통수만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으로 내려 올 수밖에...
내려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물' 이란, 특히 사찰 경내의 물은
'숭고하고도 인자함'
그 자체이기에 신성시(神聖視)
할 수 밖에 없는 모양 (아뿔사!).
기다렸던 일행들이 한마디씩 던진다.
"사월 초파일 생일인 사람이
교회 다녀서 그런겨."
"스님도 교인은 다 알아봐."
"시주(施主) 안 해서 그런거 아녀?"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선 이미
다 보고 계신듯 말씀하신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은 것 이니라.
물은 맑고 깨끗하며 욕심이 없고,
물은 고요하고 조화로우며
자연스럽게 선함을 따르게 되는 거란다. 그러기에 물은 아래에 거처하되 다투지 않는 여러 골짜기의 왕이니라."
"알겠느냐?"
"........."
- 홍 화백 -